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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가지들이 보였다. 도망간 양이 지나가며 남긴 흔적이 분명했다. 토르는 그 흔적들을 따라가기로 했다. 한참 후, 그는 다시 방향을 바꿨다.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영락없이 숲 속에서 길을 잃은 신세가 됐다. 기억을 더듬어 돌아온 길을 찾으려 했지만 소용 없었다. 뼛속부터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러나 이내 계속해서 전진해야만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다는 걸 깨닫고 길을 재촉했다.

      저 멀리서 빛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곳으로 몸을 이끌었다. 작은 빈터였다. 이내 토르는 그 곳 가장자리에서 그대로 굳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눈앞에 펼쳐진 모습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눈 앞에는 푸른색 공단을 길게 늘어뜨린 의복을 입은 한 남자가 토르를 등지고 서 있었다. 그러나 남자는 인간이 아니었다. 토르는 그가 인간이 아니라는걸 알 수 있었다. 다른 존재였다. 바로 마법사였다. 옷에 달린 모자를 쓰고 당당하게 서 있는 그는 세상을 초월한 듯 매우 고요해 보였다.

      토르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마법사의 존재에 대해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마주친 건 처음이었다. 의복 위에 정교하게 금빛으로 장식된 표식만 보아도 보통 마법사가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왕실의 문양이었다. 토르는 어안이 벙벙했다. 도대체 왕실 마법사가 왜 이곳에 있는 것일까?

      영원의 순간이 흘러간 듯 느껴졌을 때 마법사는 천천히 뒤를 돌아 토르를 마주했다. 토르는 그를 바로 알아봤다. 숨이 멎는 것만 같았다. 왕국에서 가장 명망 높은 인물 중 하나, 수 세기 동안 서부 왕국 선대 왕들의 고문 역할을 해온 왕의 직속 마법사, 아르곤. 무엇 때문에 그가 왕실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 다크우드 한가운데 와있는지 헤아릴 방법이 없었다. 토르는 혹시 환영을 보는 게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눈빛이 너를 말해주는구나.”

      아르곤은 토르의 눈을 똑바로 주시했다.

      고풍스런 저음이 마치 나무들이 말을 건네는 것만 같았다. 크고 투명한 눈은 마치 토르를 투영하는 듯 보였다. 태양을 마주하는 듯한 강렬한 에너지가 마법사에게서 전해졌다.

      토르는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주군, 제가 방해가 됐다면 용서하십시오.”

      왕의 고문에게 무례를 범하면 구금되거나 처형된다. 토르가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마음속에 새긴 불변의 진리였다.

      “일어나거라, 얘야. 무릎 꿇길 바랬다면 이미 명령 했겠지.”

      토르는 천천히 일어나 마법사를 바라봤다. 아르곤은 토르 쪽으로 몇 걸음 옮겼다. 이내 멈춰 토르를 주시했고 토르는 이 상황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네 어머니의 눈을 꼭 빼 닮았구나.”

      토르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머니라는 존재를 만나본 적이 없었으며, 아버지 외에 어머니를 아는 사람 또한 만나본 일이 없다. 토르를 낳다 돌아가셨다고 들었고 이로 인해 토르는 늘 죄책감에 시달렸다. 가족들에게 미움 받는 이유가 어머니의 사망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절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신 것 같습니다. 전 어머니가 없습니다.”

      “진정 그런가?”

      아르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어머니 없이 아버지 혼자 널 낳았다는 말인가?”

      “그런 말이 아니 오라, 주군, 제 어머니께서는 저를 낳다 돌아가셨습니다.”

      “맥클라우드 가의 토르그린. 4형제 중 막내. 선발되지 못한 소년.”

      토르는 놀라 두 눈이 동그래졌다.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막막했다. 아르곤 같이 위상이 높은 존재가 자신을 알고 있다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마을 사람 외에 자신을 아는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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