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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여움에 가득 찬 맥길 왕의 눈치만 살필 뿐이었다.

      그러나 고드프리 왕자는 아랑곳 않고 경비원들을 지나 복도로 걸어갔다.

      “왕자를 억류하라!”

      왕이 소리질렀다.

      “잡아서 왕비 눈에 뛰지 않게 가두거라. 공주의 결혼식에 저 녀석까지 제 어미를 신경 쓰게 만드는 꼴은 못 보겠구나.”

      “네, 폐하.”

      경비병들은 문을 닫고 재빨리 왕자에게 뛰어갔다.

      얼굴이 붉어진 왕은 진정하기 위해 애써 숨을 가다듬었다. 수천 번도 넘게 무슨 잘못을 했기에 고드프리 같은 자식을 얻었는지 의문을 품었다.

      왕은 다시 남은 자식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네 명 모두 침묵 속에서 왕을 바라보고 있었다. 왕은 크게 숨을 쉬며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제 두 사람 남았구나. 이 둘 중에서 후계자를 지목하겠다.”

      왕은 공주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웬돌린, 네가 지목됐다.”

      왕을 제외한 모두가 경악했다. 자식들 모두가, 그리고 그 중에서도 그웬돌린 공주가 가장 충격 받았다.

      “정확하게 말씀하신 건가요, 폐하?”

      개리스 왕자가 재차 확인했다.

      “그웰돌린이라고 말씀하신 건가요?”

      “폐하, 영광스럽습니다.”

      그웬돌린 공주가 입을 열었다.

      “그렇지만 따를 수가 없어요. 전 여자잖아요.”

      “그렇긴 하지, 맥길 왕가에서 여자의 몸으로 왕위에 오른 일은 없었지. 그러나 이제는 전통을 바꿀 때도 됐다는 판단이 섰구나. 그웬돌린, 넌 내가 지금껏 봐온 그 어느 소녀보다 마음과 정신이 훌륭하단다. 아직 왕위에 오르긴 젊지만, 신의 가호가 있다면 이 아비가 그리 빨리 죽진 않을 거다. 그리고 네가 왕위에 오를 즈음이면 충분히 왕국을 다스릴 만큼 현명해져 있을 거다. 왕국은 네 소유가 될 거다.”

      “그렇지만 폐하!”

      언성을 높인 개리스 왕자의 얼굴은 이미 잿빛이었다.

      “저야말로 적자 중 장자입니다! 언제나 맥길 가문에선 장자가 왕권을 물려 받았습니다.”

      “왕의 결정이다.”

      맥길 왕이 어두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리고 전통도 짐이 좌우한다.”

      “그러지만 불공평해요.”

      개리스 왕자가 투덜대는 말투로 호소하기 시작했다.

      “제가 바로 왕이 돼야 한다고요. 제 여동생이 아니라. 여자는 안돼요!”

      “입을 다물라!”

      결국 왕은 분노에 떨며 고함을 질렀다.

      “감히 내 결정에 의문을 품는다는 것이냐?”

      “제가 계집애한테 밀리다니요? 저를 그 정도로 하찮게 보신 겁니까?”

      “이미 결정을 내렸다. 존중하도록 하거라. 다른 모든 결정들에 그랬듯이 순순히 수긍하거라. 이제 모두 자리를 떠도 좋다.”

      자식들 모두가 왕에게 예의를 차린 뒤 서둘러 그곳을 벗어났다.

      그러나 개리스 왕자만이 나가지 않고 문 앞에서 멈췄다. 도저히 자리를 떠날 수가 없는 모양새였다.

      왕자는 다시 돌아와 맥길 왕과 독대했다.

      개리스 왕자의 얼굴엔 실망감이 가득했다. 분명 오늘 후계자로 지명되리라 확신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왕자는 절실하게 그 자리를 탐냈다. 맥길 왕도 이를 잘 알고 있었고 그것이 바로 개리스 왕자가 후계자로 지명되지 못한 결정적 이유였다.

      “왜 절 미워하시는 거죠, 폐하?”

      “미워하지 않는다. 단지 네가 왕위를 계승할만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죠?”

      “그것이야 말로 네가 갈망하는 것이니까.”

      개리스 왕자의 얼굴이 검붉게 물들었다. 맥길 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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